서울 아파트 전셋값이 전반적으로 상승세를 보이고 있지만, 전통적인 인기 지역인 서초구의 전셋값은 오히려 하락하고 있어 주목된다. 이는 전세시장이 단순히 공급 부족이나 수요 증가로 설명되지 않는, 복합적이고 지역적인 요소들이 작용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전세보단 월세, 변화하는 임대차 시장 구조
최근 전세시장에는 명확한 흐름이 있다. 바로 ‘월세화’다. 국토교통부 통계에 따르면 2021년까지 서울의 월세 비중은 40%대에 머물렀지만, 2022년 53%, 2023년 56%로 증가했으며, 2024년에는 평균 60%를 기록하며 10가구 중 6가구가 월세를 택하고 있다. 고금리 기조와 전세사기 우려, 신규 입주 물량의 감소 등 다양한 요소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전세 수요는 감소하고 있다.
이에 따라 집주인들도 전세보다는 반전세나 월세로 방향을 선회하고 있다. 이는 전세 공급을 줄이며 자연스럽게 전셋값 상승 압력으로 이어진다.
전셋값 급등… 갱신 계약도 증액이 대세
부동산R114 자료에 따르면 5월 넷째 주 기준 전국 아파트 전세가는 전주 대비 0.25% 상승했고, 서울은 0.3%, 경기도는 0.27% 상승해 수도권 중심의 전세 강세 흐름이 확인됐다. 세종, 대전 등 광역시도 일주일 사이 0.2% 이상 올랐다.
이런 분위기 속에 전세 갱신 계약도 증가했다. 집토스 분석에 따르면 2024년 1분기 전국 전세 갱신 계약 6만 8,932건 중 약 69%인 4만 7,852건이 보증금 증액을 포함한 갱신이었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73%나 급증한 수치로, 높은 전셋값에도 기존 계약을 유지하려는 세입자들이 많아졌음을 보여준다.
서초구·동대문구 전셋값은 하락… 공급의 힘
전체적인 전셋값 상승 흐름과는 달리, 서울 서초구와 동대문구, 경기 광명시 등 일부 지역은 예외적인 흐름을 보이고 있다. 바로 '입주 물량' 때문이다.
서초구는 반포주공1단지, 방배동 재건축 단지 등 대규모 신규 아파트 공급이 예정돼 있다. 동대문구 역시 래미안라그란데, 휘경자이디센시아, 이문아이파크자이 등 총 9,000가구에 가까운 신규 입주가 이어지고 있다. 이로 인해 동대문구는 올해 들어 전셋값이 0.5% 이상 하락했고, 광명시는 무려 5.56%나 떨어졌다.
특히 광명은 2027년까지 약 2만 가구가 입주 예정이며, 현재도 철산자이더헤리티지(3804가구) 등 대단지 입주가 진행 중이다. 이런 공급 집중 지역에서는 일시적으로 전세 물량이 쏟아지며 가격 하락 압력을 받고 있다.
신축과 정비사업 중심 공급, 한정된 영향
2024년 수도권 아파트 입주 물량은 약 14만 가구로, 전년보다 18% 가까이 줄었다. 문제는 이 감소된 공급 중 상당 부분이 정비사업을 통해 이뤄졌다는 점이다. 재건축·재개발을 통해 공급된 단지는 지역적 한계가 있어 전세시장 전체에는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
서울 대부분 지역에서는 신규 전세 매물이 거의 나오지 않고 있다. 이는 임대차2법의 영향으로 기존 계약이 그대로 유지되며 전세 물건 회전율이 급감한 탓이다. 반면 서초구처럼 정비사업을 통해 공급이 이뤄지는 지역은 공급 충격을 어느 정도 상쇄하고 있다.
높은 전셋값과 대출 규제, 세입자 선택지는 줄어든다
한국주택금융공사에 따르면 2024년 3월 기준 시중은행 전세자금 대출 금리는 3.26~4.82% 수준을 유지 중이다. 이에 따라 세입자들이 전세대출을 이용해 고가의 전세를 유지하는 데 부담을 느끼며, 오히려 반전세나 월세를 선호하는 경향이 커졌다.
서울 아파트 평균 전셋값은 6억4281만원으로 매년 상승 중이며, 전세대출에 따른 이자와 월세 사이의 경제적 차이도 크지 않아 선택은 자연스레 월세로 기울고 있다.
앞으로의 전망, 지역별 전세 흐름 더 뚜렷해질 것
전문가들은 수도권 전세시장이 당분간 지역별 양극화를 보일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한다. 3기 신도시 등의 본격 입주 전까지는 대규모 주택 공급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서울 전반적으로는 전세 물량 부족 현상이 지속되겠지만, 일부 공급 과잉 지역에서는 세입자 유치에 어려움을 겪는 양상이 병존할 것으로 보인다.
한 부동산 관계자는 “서울 전체적으로 공급이 줄면 전세 비중도 점차 줄어들게 되고, 임대차 시장 구조 자체가 변화하는 흐름이 지속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서울 전세시장은 단순한 수급의 문제가 아니다. 지역별로 상반된 흐름이 나타나며, 전세 수요 감소와 월세 전환 가속화, 한정적인 공급 등이 복합적으로 얽혀 시장의 불안정성을 키우고 있다. 전세 물건이 줄어드는 동시에 일부 지역에서는 전셋값 하락 현상이 나타나는 이중적 흐름은 앞으로도 계속될 가능성이 높다. 주택 수요자라면 단순한 가격보다 입주 물량, 지역 특성, 대출 조건 등 다양한 요소를 고려한 전략이 필요하다.
'주거 관련 정보' 카테고리의 다른 글
서울 빌라 시장, 다시 살아나는 이유와 신중한 접근이 필요한 까닭 (0) | 2025.06.04 |
---|---|
신축 아파트 옥상에 몰래 설치된 군사시설…입주민과 군의 갈등, 왜 벌어졌나 (0) | 2025.06.04 |
외국인 국내 주택 보유 10만 가구 돌파…중국인이 절반 이상, 수도권 집중 현상 뚜렷 (0) | 2025.06.02 |
아파트 민원 1위, 주차 문제 왜 계속될까? 층간소음과 흡연도 심각한 민원으로 부상 (0) | 2025.06.02 |
서울 아파트 전세시장 변화, 갱신청구권 사용 증가…이유는? (0) | 2025.06.02 |